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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한 담론들 중에는 동양 철학에 근본을 둔 서적이나, 이야기, 강연들에선 바둑이 항상 언급이 됩니다.


그만큼 바둑이라는 게임의 양상이 인생의 그것과 비슷하고, 그렇기 때문에 바둑의 묘에는 인생의 묘가 함축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작가는 <위기십결> 이라는 비결을 큰 줄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위기 십결이란
        "바둑을 둘 때 마음에 새겨야 할 10가지 교훈" 이면서 "바둑을 잘 두기 위한 10가지 비결"

이라고 합니다.

<위기 십결>이 바둑의 묘일 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확장될 수 있다면, 이를테면 바둑을 인생에 비유한다면,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인생의 위기십결> 이지 않을까 합니다.

 책의 구성은, 십결이 각 챕터로 되어있고, 챕터는 수 라는 이야기 단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챕터 사이에는 "훈수" 라고하는, 각 챕터를 이루는 비결들을 설명, 보충해주는 일화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흡사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며, 동양 고전들에서 발췌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추후에 key 북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관리서 카테고리에 분류될만한 책이지만, 바둑이라는 틀만 빌려온 에세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작가의 뿌리가 문학에 발붙이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렇기 때문에 십결로 구성을 나눈 것이 깔끔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한 수, 한 수는 자신의 이야기와 십결의 이야기에서 빌어온 일화들로 뒤죽박죽 되어있어서 각 수들이 우화집, 동화집 이라는 완결된 느낌보단 바둑을 두면서 느낀 감정의 조각들을 큰 틀에 맞게 배치한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하면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의 속성이 담긴 글이요, 나쁘게 말하면 책의 디자인과 구성에 낚인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느낀 점은, 문장이 솔직하게 쓰여졌으며 오히려 쉽게 이야기하는 스타일때문에 술술 읽힌다는 점이 "~할땐 ~해라!!!" 같은 강렬하고 명확한 비법 같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앞을 가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말해 작가의 이야기가 화려하고 자극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답을 얻으려는 사람들에겐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겠지만, 차분하게 글의 조각들을 음미하시는 분들에겐 많은 영양가를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매일 먹는 밥은 맛있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지만, 그 자체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많은 영양소를 갖고 있듯 말입니다.

마치며.
처음에는 책 자체에 낚였다는 생각이었는데, 여러번 읽다보니 힘든 상황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무언가를 책에게서 받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 책은 쉽게 쓰여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자주 꺼내 읽고 고민을 해봐야 할 책인것 같습니다. 전문 컨설턴트의 조언처럼 멋지고 깔끔하진 않아도 동네 어르신이 한마디 한마디 지나가면서 훈수두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그런 책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이야기 하는 바가 가장 맘에 들어서 감상평을 대체하여 적습니다.

        바둑을 두며 이삭처럼 주운 지혜들을 함께 나누고자 지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