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항상 서문을 떼는게 가장 어렵다.

우리는 어떤 사물을 대할 때 ‘주관’을 갖고 바라보게 된다.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일종의 필터를 거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다양하고 유연한, 그리고 폭넓은 시각을 갖출 수록 우리는 세상과의 적응이라는 문제에 있어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럴 수도 있지’ 와 ‘그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문화심리학 같은 도서를 읽는 이유도 그것이다. 새로운 관점을 추가하는 것.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을 하고 사고를 하며, 그 귀인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물음.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의식을 확장해주는데 의의가 있다.

보통 관점을 제시하는데 있어선 복잡한 개념들을 줄줄이 이야기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진다. 보통은 2~3개의 대단히 느슨한 관점을 통해 이런 저런 상황들에 대입해서 얼마만큼 납득이 가게끔 하는지가 저자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깔끔한 논리, 그리고 확장성. 모든 곳에 들어맞는 마법적인 방법론이란 없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경우 ’상호의존적 자아’ 와 ‘독립적 자아’ 라는 키워드는 친절하게도 황상민 교수가 쓴 추천글에서 책 전반을 관통하는 두 개의 열쇠라 언급을 제대로 해 주신다. 책의 서문에서도 저자들이 이 두 관점을 바탕으로 여러 상황에서의 충돌하는 것들을 문화 심리학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 책 자체가 반전이 거듭되는 스릴러물 이라기보단 챕터별로 독립된 구성임을 알 수 있다. 한 챕터 한 챕터 읽으면서 챕터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실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례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달까.

‘충돌’

책 제목은 ‘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라는 근원에 가까운 질문을 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타인과 구별짓는 것은 무엇인가’ 등등 심리학에 기인한 의문들에서 ‘나’ 라는 것은 결국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야만 된다. 이를 저자들은 ‘충돌’ 이라는 다소 과격한 단어로 접근을 한다.

사실은 두 가지 키워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의 개념을 이해해야만 - 많이 어렵지는 않다. - 단순 이분법으로 나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문화 사이클’ 이라는 개념이다. 저자는 '문화 사이클’을  ‘자아’->’상호작용’->’제도’->’관념’ 이렇게 4단계로 구분했는데, 간단하게 얘기하면 ‘자아’는 타인/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그것이 제도를 만들고 만들어진 제도는 관념을 형성해 다시 역으로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이다. 다시말해 겉으로 드러난 2가지 키워드인 ’상호의존적 자아’ 와 ‘독립적 자아’는 그 자체로만 볼 수 없고 그 자아들이 발현되거나, 혹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나 문화 자체를 이해해야 비로소 충돌되는 자아들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것에 이어서 각 자아들의 충돌을 회피하고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게끔 하는 제안들을 하고 있는데 -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던 부분인데 - 개별적인 대립구도의 개념들로 이루어진 챕터들 대부분의 결론이 독립적인 자아들의 집단은 상호의존적 자아를 키우고 그 반대로 상호의존적 자아는 독립적인 자아를 키우라는 등의 균형을 맞추라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예시로 구성이 되어있다. 예시가 책의 두께만큼 방대해서 읽을거리는 풍부하지만, 대신 비슷한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후반부에는 좀 지루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사실 저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서문에 거의 다 나와있었다. 그게 좀 김이 빠지는 부분이었지만. 자아는 고정되어있지 않고, 변할 수 있으며, 그 성격과 본질을 알 수 있으면 그에 맞는 상황에 맞게끔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주 많은 이야기를 통해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전체적으로 서술하는 관점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킬이 매우 능숙했으며, 대립각이 잘 세워지는 흥미로운 재료들을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내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관점으로 현실을 바라보면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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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저자

헤이즐 로즈 마커스, 앨래나 코너 지음

출판사

흐름출판 | 2015-02-0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우리는 왜 이 같은 갈등을 경험하게 되었나세상은 갈수록 더 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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